빵/그냥 만든 거 12

빼빼로데이니까 빼빼로 만들기

쿠키와 비스킷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비스코티로 과자막대를 해주고 72% 다크초코 커버초콜릿으로 코팅했다. 처음으로 템퍼링을 했다. 템퍼링을 안 하면 얼마나 망하는지 이론으로 배우긴 했지만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실감이 안 난다. 하지만 남 줄 건데 실패할 수 없으니 어설프게 온도계 입에 물고 손은 초콜릿 휘저으며 템퍼링 했다. 비스코티는 반죽 자체가 쉬워서 안 힘들줄 알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코팅하느라 손도 두번 가 뒤질맛이었다. 힘들어서 사진도 망했다. 원래 사진에 공들이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올릴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고 이상한 사진만 있다. 대체 어떤 마음으로 찍었기에 걸레만 찍힌 사진이 있는 걸까? 아몬드는 과자부분이 얼그레이 맛이다. 초코 코팅을 안 한 게 더 얼그레이 향이 진하다. 눅눅한 ..

치아바타: 삶에 가까운 빵

양파와 블랙올리브를 올려 구웠다. 좀 눌러 넣어주거나 마지막으로 발효하기 전에 올리브를 넣었어야하는데 피곤한 날이었어서 뿌리기만 했다. 좀 굴러떨어지지만 양파와 올리브향이 솔솔난다. 소금 4꼬집 설탕 1꼬집 (생략 가능 이스트먹으라고 넣은 것임) 강력분 150g 인스턴트드라이이스트 1~2g 물 120g 올리브오일 12g 모두 섞고 20~ 30분 마다 말 그대로 반죽을 두세번 접어준다. 그렇게 3번 반복한 뒤에 반죽의 매끄러운 면이 위로 오게 잘 조몰락 거리다가 몇시간 발효하면 된다. 이번에는 발효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대충 했다. 저렇게 해놓고 6시간 동안 밖에서 볼 일 보고 오니 4배는 부풀어서 빵반죽이 아닌 모습... 모양도 팬 위에 올려놓고 양파 올리브만 뿌려 구워버렸다. 내 피곤함은 딱 ..

소금빵: 빵과 버드의 아프리카 지도 _베이킹 실패 일지

갑자기 소금빵이 부메랑 내 마음에 꽂혀버렸다. 누가던진 걸까? 유튜버 꾸움님이 던진 소금빵이다. 꾸움님 레시피를 변형해서 했다. 지금까지 반죽하면서 반죽이 발전하는 걸 보기보단 완성되었나 안 되었나만 집중해왔다. 이번에는 눈으로 보고 만져보면서 반죽의 상태가 변화하는 걸 익히데 집중했다. 점점 매끄러워지고 끊어지던 게 늘어난다. 스텐볼은 깨끗해지고 불안하게 겉돌던 유지도 완전히 빨아들인다. 부풀고 가스 차는 모양이 계속 만져 보고 싶게 유혹한다. 너무 쪼몰딱 대면 반죽에 안 좋을 까봐 그러진 못함. 누군가 '왜 힘들게 손반죽을 하는지 이해 안된다' 라고 말 한 적있다.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그 사람은 베이킹에서 재미란걸 느끼는 걸까 의문이 생긴다. 머랭을 치던 반죽을 만들던 손, 기계로 할때 장단점이 명..

스타벅스 엣 홈 초코렛칩 쿠키: 그냥 해봤다_베이킹 실패일지

스타벅스 커피 엣 홈에 있는 레시피를 따라해보았다. 베이킹 소다가 없어서 베이킹 파우더를 사용했고 호두를 좋아해서 추가했다. 달걀 1개만 쓰고 싶어 원레시피의 30%만 만들었다. 아래 주소에서 레시피와 과정까지 볼 수 있다. https://athome.starbucks.com/recipe/chocolate-chip-cookies 아래는 내가 원레시피를 g 단위로 바꾸고 전체 양을 30%로 줄인 배합이다. 정확하진 않을 것이다. 구워보니 손바닥 절반보다 작게 10개 나온다. 무염버터 120g 바닐라익스트랙 1~2g 소금 3g 흰설탕 60g( 70g이 원래시피에 더 가까울듯하나 미국기준이기에 너무 달까봐 좀 뺐다) 황설탕 30g(이것도 위와 같이 35~40g이 원래시피에 가까울듯 하다) 달걀 1개 중력분 2..

호두 비스코티: 나는 네가 무슨 맛일지 늘 궁금했어_베이킹 실패일지

두근두근 호두 비스코티를 만들었다. 내 인생 미드중 하나인 위기의 주부들에서 브리가 어린애한테 잘 보이기 위해 비스코티를 뇌물로 권하는 장면이 있다. 비스킷? 강정? 같고 뭔가 바삭해보이고... 그 때부터 비스코티란 게 뭘까 늘 궁금했다. 베이킹도 안 했던 어린 시절인데 어지간히 맛있어 보였나보다. 절제력 없는 어른이 되어 만들어버린 비스코티. 올 여름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러브크래프크의 '현관 앞에 있는 것'이다. 단편소설이고 심장 두근쾅쾅하는 전개로 재밌다. 러브크래프트 소설은 번역본임에도 박진감 넘치고 무섭다. 여름에 읽기 좋다. 위에 있는 그림은 '현관 앞에 있는 것' 내용중 일부를 내 마음대로 바꿔서 그려 본 것이다.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 어떤 내용인지 알아봐 준다면 참 고맙겠다. http:..

레몬 스콘: 스콘과 눈알 손_베이킹 실패일지

살면서 스콘이 맛있다고 느껴 본 기억은 없다. 자도르님 영상을 보니 만들고는 싶었다. 잘 먹지도 않는 거 만들기는 무의미해 보이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 내게 있어 다른 요리와 베이킹의 차이가 거기있다. 자도르님 스콘을 보면 귀엽게 눈녹은 것같은 뿌연 아이싱이 되어있다.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건 그거였다. 하지만 나란 사람은 집에서 베이킹 하는데도 분당이나 슈가파우더가 없다. 비싼 것도 아닌데 왜 안 사는 걸까? 모르겠다. 설탕을 갈기는 귀찮다. 그냥 설탕에 레몬즙을 넣고 끓여서 시럽을 만들어보자.. 음 맛있긴 한데 흰색도 아니고 설탕이 잘 안 녹는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엔 스콘 없이 레몬즙만 짜서 설탕 타 먹고 싶을 정도다. 그와중에 태워먹었다. 탄 부분은 칼로 슬슬 깎아서 먹었더니 맛있다. ..

기름 찐내 나는 호두 단팥빵 _베이킹실패 일지

앞으로 배이킹일지 말고 베이킹 실패 일지라고 부르기로했다. 만든 것들이 맛이 있긴 한데 성공이라고 부르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부담감! 실패 일지라고 하면 그게 덜할 것같다. 글 제목만 보면 정말 끔찍함 지옥 맛 단팥빵일거 같으나 사실 맛있었다. 역시 단팥빵엔 호두다. 이 맛을 감탄하는 의미로 시를 지어보겠다. 호두 단팥빵 살이 찔만하더라.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아니 사실 살 찌긴 싫었다. 반죽하면서 식물성 기름을 좀 넣었더니 그거 맛이 그대로 난다. 처음에는 호두가 산폐된 줄 알았다. 앞으로는 버터를 녹여 쓰는 걸로하자. 또 2차 발효가 오지게 안 되서 그런건지 기름이 많아선지 빵결이 다소 거칠다.

추석 연휴 베이킹: 보기 안 좋은 게 먹기도 좋다

추석 동안 두가지 베이킹을 했다. 1. 고구마 도라야끼 안타깝게도 색이 보기좋게 나지 않았다. 나무 껍질 같은 예쁜 색을 내서 팥소를 넣고 싶었는데 내가 구운 팬케이크들은 그러고 싶지 않았나보다. 불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집 가스렌지가 불이 쎈건지 불을 끄면서 했는데도 테두리가 타고 가운데는 보름달 같은 노란색이 났다. 절반만 성공했고 그 절반의 상태도 위와 같다. 보기엔 저래도 맛은 아주 좋았다. 팬케이크 레시피는 빵준서님 유튜브를 보고 했다. 거품을 안 내고 혼합만 하시던데 다음에는 거품도 좀 내서 해봐야겠다. 맛은 있지만 좀 무거웠고 레시피상의 설탕 보다 많이 적게 넣었는데도 충분히 달았다. 소는 우리집에 굴러다니는 고구마로 내가 땡기는데로 만들었다 삶은 밤고구마 원하는 만큼 버터 고구마양의 8..

연유 쿠키와 고다치즈: 누구 주기 딱 좋은 맛

보기만해도 마음이 몽글해지는 뽀얀 쿠키에 하얀 치즈를 끼운다는 건 베이킹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로맨스 비슷한 게 아닐까싶다. 오븐과 버터와 나의 삼각 로맨스...🐷 오래전부터 너무나 따라해보고 싶었던 베이킹 유튜버 쿠킹트리님 연유쿠키를 구워봤다. 고다 치즈만 먹었을 때는 강경한 치즈맛이라서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졌다. 치즈 특유의 쓴맛이 섞인 이게 쿠키랑 어울린다구?? 하면서 만들었다. 안 어울리면 와퍼라도 사서 고다치즈 끼워먹어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괜한 걱정이었다. 걱정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갔더니 좋은 사공을 만난 덕에 안정적인 여행을 한듯 한 베이킹이었다. 고다치즈와 연유쿠키는 잘 어울렸다. 쿠킹트리님은 이 조합을 어떻게 생각해 내신 걸까? 대단하다. 연유쿠키는 쿠키보단 비스켓에 가까운 식감에 부드럽..

사람들이 안 하길래 만들어 본 땅콩호박 파운드

요즘 파운드에 꽂혀있다. 내가 보는 유튜버들이나 베이킹 전문가들이 '꽂힌 거 끝장을 봤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식빵에 꽂히면 식빵 사러 맛집 투어하고 마카롱에 꽂히면 원하는 마카롱 나올 때까지 계속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의지가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베이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마음 어느 정도는 공감하지 않을까? 처음 내가 만든 작품은 다쿠아즈 였다. 다쿠아즈를 엄청 좋아한 것도 아닌데 왜 거기에 꽂혔는지 모르지만 원데이 클래스 다니다가 집에서 해보고 싶어 6만 원짜리 오븐을 샀다. 원데이 클래스 다니면서 한 것까지 합하면 다쿠아즈만 10번 정도 만들어본 것 같다. 혼자 한 것 중에 성공한 건 2개인데 둘 다 내 기준에 만족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더 베이킹을 배우고 싶어서 기..